기사들 현대au (1)
지우스는 새집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즉,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리 집안이라고 해도 이런 꼴로 있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혹사한 죄로 벌을 받고 있을 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집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어쩌면 지우스의 상태가 반시체라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넌 운동 좀 해야겠다.”
네가 너무 괴물인 거야. 지우스는 반박의 말을 삼켰다. 아닌 게 아니라 피도란스는 지우스의 이사를 도와주겠다며 새벽 5시부터 들이닥쳐서는, 정오 전까지 지우스를 도와서― 돕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지우스가 옮긴 양의 약 두 배 되는 짐을 다 옮겨놓았다. 그러고는 운동량의 한계로 쓰러진 지우스가 너무 밟기 좋은 위치에 누워 있다며 번쩍 들어 구석으로 옮겨준 뒤, 이삿날은 역시 짜장면이라며 주문한 배달 음식을 먹기 좋게 세팅하고 있었다. 어이, 너 탕수육 부먹이야 찍먹이야? 내 마음대로 해? 그럼 붓는다?
“마음대로 해...”
“일어나서 짜장면 먹어~ 불겠다.”
지우스는 간신히 일어나 앉아서 집안을 눈으로 슥 훑어보았다. 집은 한눈에 보기에도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이전 주인이 보통 잘 관리한 게 아닌 듯했다. 하긴, 이 집은 지우스가 이사 오기 바로 전에 피도란스가 살던 집이었으니까. 지우스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성실하고 굳센 사람. 평소 하는 생각과 가치관도 비슷한 만큼, 피도란스가 살던 집이라면 천성적으로 의심과 걱정이 많은 지우스도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 혼자 살기에도 나쁘지 않고, 재밌고 다 괜찮은데... 알아두면 좋을 사실이 몇 개 있어. 개인적으로.”
몇 분만 더 혼자 안심하게 내버려둬 주면 안 될까? 하지만 피도란스가 조심스럽게 운을 뗀 그 말이 귀에 들어오자마자, 지우스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불길한 생각이 쉭쉭 피어오르고 있었다. 알아두면 좋을 사실 ‘몇 개’라고 말해놓고서는, 웬 쪽지 같은 것을 주섬주섬 꺼내는 피도란스를 보고는 그 불길함이 훌쩍 증폭했다.
“별거 아냐, 천천히 읽어봐.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니까.”
지우스는 피도란스가 내민 쪽지를 펼쳤다.
1. 이 집(202호)은 방음이 잘 안된다.
2. 아랫집(102호)에서 가끔 이상한 기합 소리가 계속해서 들릴 때는 점잖게 바닥을 몇 번 두드릴 것. 굳이 찾아가서 항의하지 않아도 된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니까.
3. 가끔 윗집(302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적으로 날 때가 있다. 보통은 조금만 참고 견디면 조용해지지만, 만약 계속될 경우 조금 주의해달라고 쪽지를 써서 붙여두자. 직접 문을 두드리지는 말 것.
4. 가끔 옆집(201호, 203호)에서 말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어제는 201호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오늘은 203호에서 날 때도 있고, 오늘은 203호에서 들린 목소리가 내일은 201호에서 들릴 때도 있다. 이상한 현상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 것.
“...요즘 유행하는 괴담이야?”
“그래 보이나? 근데, 이 집은 정말 괜찮아. 재밌고. 이상할 거 하나 없어. 진짜.”
쪽지를 대충 다시 접어 두고 탕수육을 우물거리면서도, 지우스는 피도란스의 말 중 아예 다른 부분에서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까부터 자꾸 재밌다고... 뭐가 재밌다는 거지? 지우스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재미있는’ 집을 원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저 평화롭고 별일 없는 하루하루가 흘러가기를 바랐다.
재미있는 이웃은 됐으니까, 제발 너무 이상한 사람들만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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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피도란스 -> 지우스(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