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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대카테고리 없음 2026. 7. 17. 23:46
글을 써서 기록한 적은 없지만,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종종 꾸던 나쁜 꿈들이 있었습니다. 굳이 그것들에 대해 써놓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에요. 예전에야 그런 것들 때문에 진심으로 두려웠던 적도 있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따로 기록을 남겨 놓아야 할 만큼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게 허상이고 어린 날의 괜한 공포심일 뿐이라고 할까요. 꿈의 내용은 간단해요. 닫힌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저는 죽는 것이죠. 그리고 그 사실은 닫힌 문에 손도 대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꿈은 원래 그렇잖아요, 팔다리가 물먹은 솜처럼 축축 늘어지면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 말이에요. 누가 쫓아와서 도망치려고 해도 잘 달려지지 않고, 제발 그러지 마, 하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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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아포칼립스 목주와론잔불의 기사 2025. 8. 25. 22:11
차 문을 열어보니, 와론이 운전석에 앉은 채로 제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었다. 방아쇠에 걸려 있는 손가락. 곁눈질로 나를 확인한 그는 금세 총구를 내리면서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이런~ 들켰네.” 별로 눈을 열심히 굴리지 않아도, 와론이 자살을 시도하려던 이유는 금방 눈에 띄었다. 오른 팔목에 막 올라오기 시작한 감염병의 징후. 상태를 살펴보니 극초기 증상으로 보이긴 했으나, 지금껏 알려진 이 병의 7일 이내 치사율은 98.5%에 달했다. 어디서 감염된 거지? 머리를 굴려보아도 답은 오리무중이었다. 세계를 초토화시킨 감염병이 전염되는 메커니즘은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호흡기나 액체 분말을 통해 그리 쉽게 전염되는 병은 아니었다. 언제였지? 어째서지? 어제 식량을 구하기 위해 무리를 습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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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잔불의 기사 2025. 8. 21. 23:04
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 치고, 신의 입장에서··· 각자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다. 마침 시련을 하사받을 가련한 인간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리더에게는 현재의 고단함을― 이겨내지 못하면 현재에 파묻히겠으나 극복하면 그는 미래로 향할지어다. 과거의 잘못에 묶인 채로 몸부림치는 죄인에게는 그에게 복수하러 온 피해자들의 존재를― 그들의 복수에 이용당해 허무하게 사라질지, 이를 속죄의 발판으로 삼을지는 그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며. 담대하나 눈물이 많은 울보에게는 가장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이별을― 홀로서기란 아름다운 과정이다.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지언정. 누구보다 제자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스승에게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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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자문스독 2025. 4. 24. 18:04
0 꿈에서 깨는 감각과 함께, 그의 시야가 붉은빛으로 점멸한다. 1 내가 너에게 가고 있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 2 다자이는 숨 가쁘게 계단을 오른다. 이 길의 끝에 네가 있다. 저 앞의 문은 조금 열린 채로 방치되어 있고. 문틈으로는 눈부신 붉은빛이 스며 나온다. 시간대는 저녁. 오늘은 노을이 무척 아름답게 펼쳐진 모양이다··· 그는 숨차하는 와중에도 문득, 그런 엉뚱한 생각을 떠올린다. 마침내 그는 목적지에 당도한다. 문 앞에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고르지 못한 호흡으로 너의 이름을 부른다. 오다 사쿠― 3 드디어 내가 여기까지 왔어. 너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어. 흔한 이야기다. 다자이 오사무는 뒤늦게 죽도록 뛰어서 현장에 도착했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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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커미션 2025. 4. 19. 00:08
*커미션 작업물 - 도시의 이면. 쓰레기와 낙엽이 굴러다니는 어두운 뒷골목. 빛의 사회에서 추방된 이들― 걸인과 매춘부, 도박꾼, 빚쟁이, 부모 잃은 가난한 아이들. 온갖 일이 다 일어나는 슬럼가였으나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공식적으로, 황실에서 인정하는 범죄 축에도 들지 못했다. 무법의 거리. 명예를 수호하는 기사들마저도 이곳을 전장으로 삼지 않았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사들에게, 사람 냄새로 가득한 이곳은 최악의 무대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실력자들은 이곳을 주 무대로 활동하곤 했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실력자들만이 세상의 다는 아니라. 자유기사란 이름을 달고 있는 자들마저도 이름이 있는 한, 그들은 빛의 세계에 속한 것으로 취급된다. 진짜 어둠 속의 실력자들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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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글내문] 해가 잘 드는 언덕잔불의 기사 2025. 4. 12. 14:53
트친 글 내 문체로 쓰기원문 링크: https://www.postype.com/@bbiyan--0/post/14831172 해가 잘 드는 언덕: 단하나야, 기린.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네가 하려는 말을 직감했다. 한바탕 폭우가 쏟아진 뒤에도, 구름이 잔뜩 껴 흐린 날이었다. 나는 욱씬거리는 팔을 애써 모른 채 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회색 머www.postype.com 이 글을 단독(@dandokk0)님께 바칩니다. - 기린. ―과장스레 톤을 올리던 평소와는 다른, 낮게 깔린 목소리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 ―이것 외에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었겠는가. 새까만 닭이 은퇴했다. 기사사냥꾼은 사라지고, 그런 존재가 있었다는 소문만이 남았다. 대부분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많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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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쌍흑문스독 2025. 3. 30. 16:36
아쿠타가와는 거리를 걷는다. 횡단보도 앞에서 걸음이 멈춘다. 신호등―가만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흐린 밝기로 빛나다가 툭, 꺼진다. 바로 아래, 걸어가는 자세의 사람 모습이 희미하게 빛남과 거의 동시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쿠타가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홀로 남았다. 반대쪽에서 걸어온 사람들이 아쿠타가와를 흘깃 쳐다보며 제 길을 마저 걷는다. 신호등은 다시 툭―(실상은, 그런 가벼운 소음도 없이) 바뀌고, 아쿠타가와는 선 채로 그것을 응시한다. 신호등의 붉은색과 초록색 낮과 황혼, 밤의 하늘색 그 사람의 눈동자 색 그 모든 것이 아쿠타가와의 황폐한 기억 속에서 어렴풋이, 희미한 감각으로만 남아 있었다. 시작은 일주일 전 즈음부터였다. 아쿠타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