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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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커미션 2025. 4. 19. 00:08
*커미션 작업물 - 도시의 이면. 쓰레기와 낙엽이 굴러다니는 어두운 뒷골목. 빛의 사회에서 추방된 이들― 걸인과 매춘부, 도박꾼, 빚쟁이, 부모 잃은 가난한 아이들. 온갖 일이 다 일어나는 슬럼가였으나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공식적으로, 황실에서 인정하는 범죄 축에도 들지 못했다. 무법의 거리. 명예를 수호하는 기사들마저도 이곳을 전장으로 삼지 않았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사들에게, 사람 냄새로 가득한 이곳은 최악의 무대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실력자들은 이곳을 주 무대로 활동하곤 했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실력자들만이 세상의 다는 아니라. 자유기사란 이름을 달고 있는 자들마저도 이름이 있는 한, 그들은 빛의 세계에 속한 것으로 취급된다. 진짜 어둠 속의 실력자들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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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 목주와론커미션 2025. 3. 17. 15:40
하루를 돌아보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리 생각했다. 첫째 아침에 눈을 뜬 순간을 기억합니다. 시간상으로 따지자면,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침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오전 10시. 이 시간을 뭐라 정의해야 할까요. 오전 10시에 밥을 먹으면 그건 아침이라고 해야 할까요, 점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간에는 브런치, 라는, 언뜻 들으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표현도 있는 듯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핵심은 그 시간에 눈을 떴다는 사실이겠습니다. 그 시간에 눈을 떴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지요. 평소에 눈을 뜨던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몸의 상태와 연관 짓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 하고 문득 머릿속에 그런 비슷한 가능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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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커미션 2025. 3. 6. 20:19
기사는 과연 명예를 위하는 족속들이 맞는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여섯 명만 모여도 이상한 놈이 한 명쯤은 꼭 끼어 있는 게 세상인데, 그 많은 기사가 다 제정신이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이런, 질 낮은 자리에서는, 여섯 명 중 제정신인 자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 싶은 지경이다. “승냥이, 자네는 끝날 때까지 구석에서 그러고 있을 생각인가?” 물론 그럴 생각이었다. 피도란스는 진심으로, 이런 자리를 혐오했다. 소중한 것이라곤 제 안위뿐인 자들의 연회.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혐오감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약에 취한 것이 명백한 목소리가 조롱하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셔봐, 피도란스. 고작 이 정도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말이야···” (상대는 전혀 일면식이 없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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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 피도란스커미션 2025. 2. 23. 23:50
*커미션 작업물*합의되지 않은 영구적인 신체훼손, 고어요소 주의 - 가장 먼저 피도란스의 흔적을 발견한 사람은 콰링이었다. 흙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핏방울. 그 흔적을 따라갈수록 점점 많아지는 핏자국의 양에 모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갔다. 이만큼의 피를 흘렸다면 살아있을 확률은 얼마일까. 흔적을 찾아낼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그 확률은 무섭도록 낮아져만 가고. 그런 와중에 그를 발견했으니, 그를 발견한 콰링은 헉, 하고 들이마신 숨을 내쉴 새도 없이 달려가 그의 생사부터 확인했던 것이다. 엉망으로 붕대가 풀려 있는 팔을 끌어당겨 맥박을 짚어 보니 차가운 손끝에 생명의 고동이 전해져왔다, 콰링은 우선 한숨을 돌리며 들판에 얼굴을 박은 채로 쓰러져 있는 피도란스의 상반신을 일으켜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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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 피도란스커미션 2025. 2. 1. 23:14
*커미션 작업물 - 피도란스는 불 꺼진 무대 위에 서 있다. 위치는 중앙에서 조금 비켜난 우측. 무대 한가운데 누워 있는 실루엣을 응시한다. 그의 눈이 어둠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밝은 조명이 켜지며 무대 중앙을 비춘다. 얼굴에 흰 천을 덮은 시신 위로 조명이 내리쬔다. 피도란스는 조명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그 시신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이 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는 누구냐. 피도란스는 말한다. 나입니다. 나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나는 지룬의 스승이고, 그 죽음은 오롯이 내 책임입니다. 나를 벌하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좌측 무대에서 검은 실루엣이 달려 나온다. 그의 손에는 번쩍이는 날붙이가 들려 있다. 순식간에 무대 중앙에 도달한 그는 날붙이를 피도란스의 복부에 꽂아 넣는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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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란스 괴롭히기커미션 2024. 12. 25. 15:58
*커미션 작업물 - 피도란스는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다. 걸었다. 걷는다. 걷는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하는 동시에 걷는다.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걸어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복도 양옆으로는 거대한 서가가 죽 늘어서 있다. 그 덕에 그는 이곳이 도서관, 비슷한 곳임을 알 수 있다. 피도란스는 어두운 도서관 복도를 걷는다. 티 없이 깨끗한 복도 바닥에 반듯이 놓여 있는 책 한 권이. 피도란스는 허리를 숙여 책을 집어 든다. 두꺼운 양장 표지를 가진 책이 낡은 붕대로 친친 감겨 있다. 피도란스는 천천히 붕대를 풀어낸다. 풀려나온 붕대가 소리 없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마침내 표지가 드러난 책을 펼친다. 겉표지가 넘어가고 얇은 속지가 드러난다. 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