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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www.postype.com/@r006184/post/17797610
추측: 음력 6월
달이 뜨지 않는 날이었다. 해가 지며 어둑해지던 하늘은 이젠 별들이 빛나는 것만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새까맸다. 어깨에 진 팔을 다시 한번 고쳐잡으며, 귓가를 스치듯 지나는 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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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R(@R6246164316194)님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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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지 않는 날이다. 어둑해지다 못해 새까매진 하늘. 저 먼 하늘 어딘가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눈으로는 잘 볼 수 없는 사실. 그래도 믿고 있기에 사실인 것. 귓가에 스치는 바람 소리와 한 치 앞에는 어둠뿐인··· 그런 밤.
또 하나의 명백한 사실이라면, 쉬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직감이 말한다. 당장 죽을 만큼의 부상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 밤 죽는다면 사인은 과로겠지. 기사가 전장도 아닌 숲속에서 과로로 죽는다니, 그렇게 모순적인 일도 없으리라.
새까만 닭.
지우스는 제 어깨에 지고 있는 팔의 주인을 부른다. 여기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 새까만 닭은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더니, 이내 알겠다고 중얼거린다. 휴식을 그다지 환영하는 투는 아니지만, 뭐, 그는 늘 그랬으니까. 별로 신경 쓸 것도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시원스럽다. 몸을 숨기기엔 나쁘지 않을 법한 장소다. 이때까지 새까만 닭의 지지대 역할을 하던 론누가 콱,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꽂힌다. 새까만 닭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린다. 실루엣만 얼핏 보이는 그 근처에, 지우스 또한 스르르 무너지고 만다. 며칠간 쌓인 피로와 부상이 이 정도의 휴식으로 해소될 리는 없겠지만.
기침 소리,
투구 속에서 울리는 깊은 숨소리,
그리고 작고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 맞닿은 등을 통해 느껴지는,
어느새 등을 맞대고 앉았던가. 새까만 닭은 아예 고개를 젖혀 투구를 그의 머리에 기댄다. 아예 누워버릴 것처럼, 그러나 근육이 탄탄한 기사답게, 쉽게 무너지진 않고. 단지 투구깃을 지우스의 얼굴 옆으로 늘어뜨리며, 네 사무실 의자보다 편한데― 하는 넉살을 떨 뿐이다. 그러다 문득 몸을 바로 세우며,
돌아보지 마.
살기가 미약하게 섞인 경고. 지우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 어둠 속에서는 그의 고갯짓이 보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으나, 새까만 닭이라면 아마 인지했을 테다. 그들 사이의 이상한 신뢰였다. 감각을 넘어, 서로의 행동거지를 훤히 꿰고 있는, 경험에서 우러난 신뢰. 그들 중 누구도 그것이 신뢰임을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맞대고 있는 등의 근육이 움직인다. 끼릭거리는 소리. 쇠가 마찰하는 소리. 지우스의 어깨를 다시 스치고 지나가는, 아마도 투구깃, 으로 추정되는 무언가. 길고 가늘게 내쉬는 숨소리. 짧게 내뱉는 탄식. 들리는 소리에 평소 같은 울림은 없다. 가느다란 무언가가 가닥가닥 풀려나와 그의 목덜미에 살짝, 닿는다. 어디선가 사락, 하는 부드러운 마찰음을 들은 것도 같다.
이 정도 길이인가. 찰나의 순간 목덜미에 스쳐 간 감촉으로는, 그 정도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잔불의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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